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약 230팀 제작자들이

어떤 책을 가지고 왔는지 미리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Check out what kind of books 230 teams of publishers brought to the Seoul Publishers Table :)

유스이즘 YOUTHISM

유스이즘



“우리 지금 완전, 청춘!”



일상 속의 설렘, 기쁨, 행복, 괴로움, 후회, 슬픔을 한 데 모아 청춘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모하기도 하고 가끔은 초라해지기도 하는 청춘, 우리는 그런 청춘을 수집하여 나눕니다.


그들의 과감함과 새로움이, 열정과 최선이, 마음과 깊은 고뇌가 물들이는 푸릇한 책 내음이 더 짙어질 그날까지.

당신의 일상에 청춘의 마음이 깃들길 바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유스이즘의 방향성입니다.


청춘들의 집합소로 남길 바라며

소중한 모든 청춘이 잊히지 않게

청춘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독립서점, 유스이즘




유스이즘 더 알아보기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구매처)

https://unttd.cc/youthism



현재 입고 서적 (23. 9. 27.)


초록의 노래 / 임성훈

[책 소개]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를 통해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저는 초록의 노래를 통해서 실제 우리가 겪는 사소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일상 속에 사소하지만 배울점이 가득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소중함을 공감시켜 드리고자 책을 펴냈습니다. 동시에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독자분들에게는 제 책이 나름의 길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책의 구성으로 에세이 뿐만 아니라 시와 약간의 디자인(그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다양한 형식으로 사색과 감동을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 소개]
글과 그림을 짓는 아마추어 작가 임성훈 입니다.



[인용구]

오늘은 어제가 된다

미래의 내 마음이 지금의 선택 때문에 슬픔 받지 않았으면 한다.

... 잠에 들고나면 오늘은 어제가 되어버린다는 말도 있듯이. 어제의 일에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어제를 발판 삼아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자.

/27p


한 명의 자식

꽃구경

엄마에겐 특별한 구경

신이 난 우리 엄마

자식들 위해 일하시랴

올해 첫 꽃 구경


가끔은

엄마이기 전에 한 소녀였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가끔은

그 소녀의 희생이 바로 나 라는 것도

잊곤 한다

/80p





세상에게 / 한예림

[책 소개]

지리멸렬한 세계 속 사랑 하나로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소설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암담한 세상에게 저항한다.



[작가 소개]

열아홉. 결핍된 것들을 모아 소설을 쓴다.



[인용구]

우리 세계는 좁디좁았다. 서로가 전부였다. 우리는 가진게 없었고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먹을 게 없을 때는 라면 한 봉지를 나눠 먹으며 하루를 버텼고 그걸 사랑이라고 여겼다. 우리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 전부라고 굳게 믿었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떨어지지 않는 짓을 하며 전 존재를 다 해 거부했어야 할 내일을 꿈꿨다. 언젠가 호화 주택에서 서로를 좀 먹으며 살아갈 날을 그리며 상한 파스타와 훔친 와인을 마셨다. 도라와 나는 완벽하게 병들어 있었다. 나는 가난한 도라와의 삶에 중독되어 있었다. 신경 쓸 거라곤 서로뿐인 무책임한 삶에 길들여져 있었다. (18p)



붉은 십자가가 가득 보이던 옥상과 비 오는 날이면 울어대던 벽지들, 도브의 하얀 비누와 멈추지 않던 마샬 스피커, 마티니에 젖은 냄새 나는 양말과 이케아의 싸구려 하얀 가구들, 주황색 조명… 조명… 우리를 비추던. 노트북 안 지랄 맞게 난해한 예술 영화. 제이의 하나뿐인 낡은 나이키 운동화, 가득 찬빛바랜 책장 속 고전 소설들, 해진 이불과 누런 베개, 등받이 없던 동그란 의자, 수십번 비를 맞은 더러운 선베드, 체납된 전기세, 시원하지 않은 냉장고, 갑자기 물 온도가 바뀌던 낡은 샤워기, 탈탈 시끄럽게 돌아가는 세탁기 (그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냉장고 안 말보로 담배, 신발장 안 부싯돌 라이터. 영원하지 못할 바에는 다 죽어버리자고 했던 밤. 목을 맨 화장실 손잡이 (부서졌는데 우리 둘 다 어떻게 고칠지 몰라서 그냥 문을 부쉈어). 가스가 새던 가스레인지. 네가 별로라고 했던 내 손목과 허벅지와 팔뚝의 흉터. 내가 별로라고 했던 네 몸에 새긴 내 이름 타투. 나는 이제 갈 곳이 없다. 시작으로 돌아갈 수 없다. 모든게 몽상이었다면 그랬다면 그럴 거라면 그렇게 하면 그렇게 된 거라면 그런 거라면 그렇다면. (56p)



사방에 쌓인 마샬 스피커에서 슈게이징 음악이 흘러나온다. 붉은 조명이 유리잔에 담긴 투명한 마티니를 비춘다. 여자는 올리브를 입 안에 넣고 굴린다. 아까부터 내 발만 쳐다보는 병신을 어떻게 해야 떼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들고 있던 마티니를 발에 붓는다. 남자는 삼십 분 만에 여자 얼굴을 바라본다. 여자가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긴장한다. 어쩌면 뺨을 한 대 얻어맞을 수도 있다. (59p)



서로가 백의 제물이었음 확인한 그들은 서로의 힘으로 백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로 한다. 둘은 어느새 손을 잡고 있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온몸이 익을 것만 같다. 손안에서 땀이 차오른다. 그 땀으로 지구를 물바다로 만들지라도 손을 놓지 않기로 결심했다. 남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에서 그들은 끝내주는 키스를 한다. 네가 있으면 나는 나로 있을 수 있어. (74p)



엄마가 나를 때릴 때 나는 냉장고에 있는 야채 곱창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또 비참해질 테니. 엄마의 분노에 비참해지면 엄마의 뜻대로 되는 거다. 그럼 지는 거다. 뺨을 맞을 때부터 온정신을 집중해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야채 곱창에 대해 생각했다. 반대로 뜨거운 엄마의 몸뚱이. 발로 배를 밟힐 때쯤에는 뭉쳐버린 당면을 생각했고 곧이어 엄마의 굳어버린 뇌를 생각했다. 맞는 건 나인데 비명은 엄마가 지르고 있었다. 원색적인 욕과 사방으로 흩어지는 침이 혐오스러워 참을 수 없었다. 엄마의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가 거슬렸다. (76p)



엄마가 몸을 뉘던 자리에 누워 엄마가 하던 짓을 했을 때 나는 바다, 바다를 떠올렸다. 차가운 액체가 발목을 적시는 상상을 했다. 새아빠의 손이 내 가슴을 더듬을 때 나는 점차로 거대해지는 파도와 그 안에 있을 해파리를 생각했다. 홍해파리는 최적의 환경에서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한다. 수명이 다하면 번데기 같은 모양으로 변해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고 그렇게 다시 사는 거다. 근데 그 해파리는 외부 자극에 너무나 취약해서 수온이 조금이라도 바뀌거나 포식자가 있는 환경에서는 그리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버린다고 한다. 바지를 올리는 새아빠의 뒷모습, 그의 엉덩이를 보며 해파리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77p)



Ours / Seaweed

[책 소개]

지나치게 각박한 세상 속에서 책을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를 보며 종종 권태를 느끼곤 했다. 

행복을 갈구하며 살아가나, 행복과는 거리가 무던히도 먼 일상에 점점 지쳐가기도 했다. 

마치 끝없는 밤을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인생은 하루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태양이 뜨고 지듯이, 행복도 우리에게 쉬지 않고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작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동화책에 이 모든 것을 담았다. <ours>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다.



[작가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seaweed 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김, 미역 정도 될까요?

우리는 누군가를 부를 때 그 사람의 성을 따오곤 해요.

예를 들어 ‘박 선생, 최 변호사, 구 씨’ 처럼요.

저를 ‘seaweed 작가’ 라고 부른다면, ‘김 작가!’ 라고 부르는 것과 같죠.

또 저는 ‘미역’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냇물이나 강물 또는 바닷물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씻거나 노는 일’을 바로 미역이라고 해요.

제 이야기 속에서 헤엄치면서 우리 마음의 짐과 상처가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어요.



[인용구]

아이는 해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시간을 좋아했지만, 찰나일 뿐일 그 순간을 경멸했다.



그저 흐릿한 우리의 기억 / 안가영

[책 소개]

시도 에세이도 다 품은 책이다.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를 엮고 싶어 쓴 시가 있다.

현실 세계를 잊고 싶어서, 동시에 현실 세계를 기억하고 싶어 쓴 에세이가 있다. 언젠가 흐려질 순간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둔 덕에 존재하는 사진들이 있다.

한국과 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다는 미덥지 못한 꿈을 품은 채 영어로 사고했음을 알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처럼 기억에 약해지는 이라면 이 책에서 뜻밖의 기억을 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담은 색은 바이올렛이고 계절은 주로 여름과 겨울이며 감정은 주로 벼랑 끝 사랑이다.



[작가 소개]

자유롭고 느긋한 영국과 호주를 좋아한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하던 끝에, 결국 영국을 택했다.

조금만 느려도 부담감을 안겨주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아 자신감만 낮아진 나에게, 나의 인생에 잠시라도 머물렀던 사람들, 그리고 특히 영국 그리고 호주 문화에 물든 사람들은 내게 위대한 사랑을 주었고, 그렇게 나의 삶은 서서히 회복되었다.

그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들의 사랑 방식을 모방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의 몸에는 그들의 사랑 방식이 스며들고 있다.
사랑의 아름다움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나의 오만가지 감정이 담긴 문장들을 엮어내어 책으로 만들었다.



[인용구]

우리가 만약 색으로 정의될 수가 있다면 말이야, 우린 바이올렛이 될 거야.  / 19쪽

나의 세상이 물거품 같으면 좋겠다. 만약 그렇다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물거품처럼 나는 무한히 피어날 텐데. 나의 걱정도 물거품 같으면 좋겠다. 만약 그렇다면 크고 무거운 닻인 양, 마냥 가라앉지 않고 저 위로 올라갈 텐데. / 57쪽

나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한다. 과거를 지극히 그리워하지만, 과거라는 존재에게 현재를 갈아가며 집착하지는 않는다. 과거가 나를 뒤흔들지는 않으나, 과거는 나의 피와 살이다. 나의 과거를 사랑하는 습성. 그렇게 고무줄처럼 되돌아가는 나다. 과거의 네가 이런 나의 뇌를 지배한 것이겠지. 그래서 너는 줄곧 내게 괜찮은 사람이었던 거겠지. / 61쪽


돌이켜보니 너의 초반은 다른 사람들과 다름이 없었구나 싶었다. 너는 나와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사소한 질문거리들을 가볍게 만들어 내고, 하나의 질문에 물음표 개수를 2개로 두기도 했다. 우리의 그 짧은 대화 속 너의 물음표는 내 것보다 많았고, 심지어 마지막 문장에 느낌표도 실어 담았던 너다.  /  72쪽

내 곁에 두고 싶은 기억들이 멜로디와 가사 하나하나에 박혀있다. 하지만 닻처럼 박혀 있어 뽑아낼 수가 없다. 그 기억들이 물거품이었다면 저 높이 올라가도록 뒀을 텐데, 미련 없이. / 84쪽

몽상하는 버릇은 당분간 가둬놔야겠습니다. 그이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걸요. 나의 혼잡한 공간에 몽상하는 버릇까지 죽도록 날뛰니 저는 죽도록 어지럽네요.  / 141쪽



삶 / 함지아

[책 소개]

오랜만에 꾼 꿈의 내용은 기이했다. 꿈을 꿔도 어찌 이리 현실적이지 못한 꿈을 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실은 가장

현실적일지도 모르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인간은 태어나기 전 신을 만나고 나의 운명을 신이 미리 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지?다온아.”


그렇게 나는 너의 영정사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의 놀음의 놀아나는 주인공이 겪는 여러가지 일들.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를 잃어버리고 본인의 소중한 것을 신의 놀음에 의해 빼앗기고 빼앗기는 주인공. 지금 본인이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세상이 사실은 나를 괴롭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작가 소개]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2008년생의 뭣 모르는 어린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글쓰기로 상도 타보고 작은 사이트에서 글로 연재했었던 적도 있었던 이 학생은 어느 날 독립출판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글을 쓰고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서울 도서전에 참가할 있는 기회를 youthism(유스이즘) 과 함께하게 된다. 그렇게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고. 이 책의 저자 함지아가 이 책을 낼 당시는, 16살인 어린 청소년 작가였음과 동시에 사격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인용구]

이루어질 리 없는 허망된 꿈은 결국 처음으로 돌아와 나를 다시 괴롭힐 테지만, 어떻게 해서든 너에게 닿고 싶은 내 마음만은 너에게 전해질까?


닿을 리 없는 너에게 이렇게라도 말을 걸어본다. 답이 안 올 것이라는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다. 너의 답변을 기대하는 것 또한 아니다. 오히려 그건 내가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 같으니 말이다. 나는 그저 너와 다시 한번 더 이야기를 하고싶을 뿐이다.




JAYU / 김선린

[책 소개]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생각들은 늘 나 스스로를 억압했다. 자아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걱정, 관계 속에서의 답답함. 그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르는 순간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모조리 적어냈다. 그렇게 지금의 나를 모아두고는 미래의 내가 그 기록들을 다시 발견하길 기다렸다.

기록들은 신기할 정도로 이 때만을 기다렸다는듯이 적절한 타이밍에 빛을 발했다. 고민이 있다면 과거의 글로부터 해답을 얻었고, 미술작업을 할 때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기록과 함께 쌓아간 작업물들을 <JAYU>라는 전시를 통해 선보였다.

처음에는 생각의 메커니즘을 알아내고자 시작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생각'에 대한 고민은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자유를 찾고자 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작가 소개]

생각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보냈습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질문했습니다. 나를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나에게 전하기 위해 몽땅 적고 몽땅 그렸습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흔적들을 두 번의 전시를 통해 선보였습니다. 

여전히 나와 당신의 삶에 긍정적인 균열을 내기 위해 고민합니다. 고민하는 과정을 그리고 만들고 적어냅니다. 



[인용구]

2022년 1월 23일, 린노트3

요즘 가장 주요하게 생각하는 것. 나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식으로? 어떤 형태로? 얼마나? 여유를 어떤 식으로 정의하고 있을까. <풍 덩!>이라는 책 속의 말 처럼 휴식도 젓가락 쥐는 것을 배우듯 배워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할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배우지만 정작

'어떻게 멈춰서고 어떻게 숨을 돌려야할지' 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흔치 않다. 최근 여유가 생기면서 휴식과 여유에 대해 스스로 알아가긴 했지 만, 그럼에도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쉬고 있는 나를 마주할 때면 질책하기만 했다. <별 게 다 영감>이라는 책에서는 게으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최소한 1년 에 3~4개월은 게으르게 살아야 다른 시간을 잘 쓸 수 있 다고도 했다. 인간은 365일 충전기가 꽂혀있는 핸드폰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나의 게으름을 인정하기로 했다. 아무리 내가 빠르고 바쁜 세상 에 살고 있더래도. (50p)


모두가 참여 작업에 진지하게 임했다. 요즘 고민거리나 생각하고 있는 것, 전혀 떠오르는 것이 없다면 전시에 대한 생각을 적어도 좋다고 말해주 었다. 쓸 것이 많다며 종이를 여러 장 들고 가는 이들이 있다하면 작품 속에서 10분이 넘도록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종이에 빼곡하게 글을 써오기도 했고 누구는 그 안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 친구는 내게 부끄럽다고 했지만 사실 나는 놀리면서도 정말 감동했다. 나의 작 업물이 감상하는 이의 마음속에 깊숙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물이 가지는 솔직함은 그 무엇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주호쌤은 매번 전시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농담하듯 해주시는 말이 있다. 눈물이 나는 전시여야 성공한 전시라는 것. 물론 매번 해당하는 말은 아니겠지 만, 그만큼 큰 힘을 가지는 전시라는 것이다. (86p)


2022년 7월 10일, 린노트7

나는 왜 이런 주제의 작업만 하는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 인생을 바꾼 가장 큰 포인트였다. 나는 이것에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그냥 운명같다. 이럴 수밖에 없었어. (116p)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고민은 정말 막막하기만 하고 시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과거의 저는 그 고민을 너무나 힘들어해서 괴로울 때 가 많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조금이나마 방법을 깨우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결국 다른 소음들을 차단하고 나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실재하는 내 주위의 소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떠다니는 마음속의 전원도 잠시 꺼두는 겁니다. 오로지 나만 존재하는 순간을 만드는 거죠. (117p)


여러분들은 여유를 가지고 계신가요? 가만히 앉아 고요하게 나를 들여다볼 여유 말이에요. 사실 이런 작업을 해오고 이런 글을 써온 저이지만, 여전히 정신없이 살다보면 나 자신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가 왜 이런 일들을 하는지, 도대체 왜 이렇게 괴로운 것인지 매번 고민하 죠. 하지만 억지로라도 나를 목욕시키고, 산책시키고, 조용히 글을 쓰면서 다독이다 보면 스스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118p)



복숭아는 익고 낭만은 무르고 상실은 흐른다 / 이지원 (신간)

[책 소개]

"여름이 지나간 자리를 곱씹으며 당신의 여름은 어떠했나 묻고 싶습니다."


'나의 여름'에 관한 물음에서 시작된 이 책은 '여름'이라는 계절 속의 낭만, 사랑, 청춘, 이별, 상실, 죽음과 같이 빛나다 퇴색하고 축축하며 애절한 감정들의 응집이며, 다양한 감정의 생동하는 기록입니다. 서서히 달아오르고 습해지는 초여름부터 미친듯이 찌는 날씨와 장마가 활개치는 한여름을 지나 점차 밤공기가 선선해지는 늦여름까지. 독자분들만의 여름을 되새기며 각자의 여름 기억 속의 온도와 습도를 연상케하는 '여름'을 담은 책이 되길 바랍니다.



[작가 소개]

휘몰아치는 감정들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나를 온전히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있는 스물입니다.

미흡한 경험으로 미흡한 글을 쓰지만, 이 미흡함이 누군가에게 소소한 위로와 공감이 되길 바랍니다.



[인용구]

황홀감이 밀려와 사방으로 뿜어대는

그 빛에 덩달아 흠뻑 젖어보는 것

행복해 미칠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너도 행복하니 묻는 그 눈빛은

일그러진 하루를 살아낸 나의 시간을

순식간에 고귀한 일상으로 빚어낸다.

(16p)


안정을 욕망하는 나의 눈빛은

열망을 갈구하는 너에 얽매여

일렁이는 너에게서 고요를 찾고

열애는 추앙이 되어 안온을 맞는다

(27p)


너는 복숭아가 어울렸어

여름에만 익어가던 네 볼

나를 따라다니며 햇볕을 내리 받아도 여전히 하얗던 너

늘 내 앞에서 만개하던 너는 꽃이 없는 무화과와는 안 어울려

여름도 나도 견디지 못하곤 한없이 물러지는 것도 딱 복숭아같아

그랬어 너는

(48p)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320 썬트리하우스

Seoul Publishers Table Indie Book Fair

Suntree House, 320 Itaewon-dong, 

Yongsan-gu, Seoul, Korea